잠깐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얘기해 보면
코로나 이전에는 동네 수영장에서 알고 지내던 형님이 해보자고 꼬셔서, 2~3년간 일년에 2번정도 10km 마라톤에 참가했었다. 하지만 페이스도 모르고 열심히 뛰다가 퍼지는 수준이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팀장님이 시킨 생소한 업무를 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전부터 별로 안좋던 건강상태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더욱 안 좋아져 불면증이 더욱 심해졌다.
불면의 밤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을 즈음 , 살아남으려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로 달리기를 택하였다. 전화위복이 이런 케이스를 두고 말하는 가 싶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23년 8월부터인데 같은 해 11월 손기정 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4를 기록했다. 3개월 정도 뛰고서 서브4를 했으니 소질이 좀 있는 가 싶어 그전부터 얘기를 들어 호기심이 있었던 세슬론에 가입했다.
23년 12월인가 커피 타임에 갔다가 선배님이 동호회 지원 많다고 고성 하프 대회에 참가하라고 해서 혹해 신청 해버렸다. 다만 고성 대회에 참가 하기 위해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수영 1.5키로를 해본 적이 없는 것과 고성 대회 한 달 전쯤에 S직군에게는 3주가 넘는, 힘들기로 악명높은 AA 교육이 있어서 걱정이 태산같았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 이후로로 계속 고민이 되기도 하고 부담도 되서 취소할까도 했는데 , 25% 환불을 보고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궁하면 통한다고나 할까, 수영은 어케 얘기하다가 수영 동호회의 여금선 회장님이 진행하는 수요 특훈에 갔다가 잘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서 다른 말로 낚여서 돌핀스를 가입하게 되었다. 동호회 선배 최은하 누님과 어케하다가 누님이 아주 아주 ~~ 천천히 끌어주기로 해서 따라가다보니 2km 를 처음으로 완영하게 되었고. 이후 안산 장거리(1.5km) 수영대회도 나가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고성 대회 전략은 AA 교육 전에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놓고 교육 들어가는 것으로 기억한다. 경험을 채우기 위해 24년 봄에 열렸던 송도 듀애슬론과 아쿠아슬론에 참가하여 경험을 쌓았다.
슬픈 후일담이지만 듀애슬론 대회 날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등지게 된 친한 친구의 발인 날이어서 대회를 포기할 까 고민하였지만 화장장 문제로 장례식장을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대회를 마치고 부랴부랴 옷 갈아입고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화장장 , 납골당까지 따라다녔다.
5월 초에 시작 한 AA 교육이 5월 말에 끝나서, 자전거 번개에 참가해서 경험을 쌓고 난 후 2024년에는 고성 하프 코스를 완주했다. 수영에서는 팔을 잘 돌리지 못해 줄을 많이 잡아서 기록이 좋지 않고 자전거도 역시 기록이 좋지 않았다. 달리기에서는 약한 위를 보호하고자 찬 것만 덜 먹자고 하며 쉬엄쉬엄 했는 데 2시간 초반대로 상대적으로 기록이 좋았다. 최종 6시간 50분 대 기록의 sub 7 으로 첫 경기를 끝마쳤다.
24년 구례 대회를 내친 김에 해보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부족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통영 올림픽 코스 대회 하나 더 완주하고 시즌 종료 하였다.
25년 구례 대회는 협회에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고성과 구례를 패키지로 해서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덥썩 물어버리고 용식 형님의 동계 훈련부터 시작했다.
용식 형님을 제외하고 참석률은 단연 내가 최고였지만. 다만 참석률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았던 것 같다. ㅠㅠ; 하지만 나는 이 훈련을 토대로 봄에 열렸던 지리산 투어도 다녀오고 , 예전 같으면 따라갈 엄두도 못 냈을 클럽 내 업힐 자전거 번개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막연히 두렵기만 했던 미지의 세계를 열어제낀 것이다.
절정은 설악 그란폰도 완주이다. 사실 그란에 마음이 있었지만 힘들어 보여서 메디오로 가려고 했었는데 주위에서 그란으로 가라고 해서 넘어가버렸다. 역구룡령에서는 자전거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 악물고 올라갔다. 신기했던게 다운힐에서 쉬면서 내려오면 평지에서는 어찌어찌 다시 갈 만한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당시는 보급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나의 주안점은 내가 12시간 동안 계속 페달을 굴릴 수 있을까? 였는데 다행히 마지막까지 막 퍼지지는 않아서 구례도 어쩌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이 대회에서 하기 시작했다. 완주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타임칩을 구례 대회 전까지 잔차에 끼우고 댕겼다.
25년 고성 대회에서는 운 좋겠도 수영과 자전거에서 기록이 좋아져서 24년 대회 대비 50분정도 기록을 줄였다. 이대로 구례까지 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이제 구례만 남았다. 용식 형님이 여름 훈련 스케쥴을 내놓았다. 이 훈련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무작정 따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봄 정도부터 장염 증세가 있었는데 이때 이후로 몸에 힘이 안 생기고 자전거 실력이 제자리인 것 처럼 느껴졌다. 이 증상은 대회까지 계속 이어졌다.
너 몸이 원래 그 정도인거야.... 라고 말해도 딱히 변명할 생각은 없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오 고개 자전거 훈련에서는 동료들에 비해서 뒤로 쳐지기 시작하더니 당거리 , 화성 훈련에서도 속도는 좋아지지 않았고 당췌 평속은 그대로이다. 이쯤되면 반전이 될 법도 한데 그런 마법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아서 이 상태가 아쉽게도 대회까지 쭈~~욱 이어진다.
160km 화성 바이오 밸리 훈련 때에는 80km 지점에서 펑크가 나서, 튜브를 갈았으나 필드에서 튜브 교체 했다고 좋았던 것도 잠시 다시 펑크가 발생하였다. 뒷바퀴 공기압을 80 psi 정도로 낮춘 것이 원인이었다.
준비해 둔 튜브가 없어서 끌바를 시작했다. 소중한 클릿을 지키기 위해서 슈즈를 벗어서 더듬이에 걸고 걷기 시작했다. 이때 마침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떨어져서 보면 슬픈 장면이고 울면서 가면 무엇인가 영화 같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정이 무디어 졌는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근데 이때 이미 클릿도 다 닳아서 갈아야 되는 시점이었던 것은 안 비밀이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경숙누님이 기다리라고 차 가지고 온다고 했고 비 오는 마당에 숨을 곳도 없었고 그냥 계속 걸었던 것 같다. 얼마 후 경숙 누님이 차를 끌고 오셔서 무사히 차에 올랐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이후 반성런으로 12km 를 달렸다.
동방에 와서 타이어를 살펴보니 돌조각이 타이어에 박혀있었다. 나에게는 뼈아픈 교훈이 된 순간이다. 타이어에 난 돌조각 부분이 나름 커보여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찢어지지만 않았으면 괜찮다고 조언을 들어서 교체없이 타기로 하였다. 다행히 대회 까지 펑크가 나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다.
마지막 180km 화성 훈련 때는 평속 28km 정도를 찍고도 힘이 남았다. 일주일 전에 도매형 약국에 가서 경옥고를 사와서 먹었는데 이것 때문인지 힘이 좀 생겼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도 다리가 잠기지 않아서 이미 달리기 하기에는 늦은 시간 이었지만 염치 불구하고 달리기도 열심히 했다.
이 때만 해도 자전거 이후의 풀코스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날 이후로 다시 몸에 힘이 없어지며 구례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래서 구례 내려가서도 연습 수영 빼고는 운동을 자제하며 최대한 몸을 사렸다. 이게 득이 되었는지 실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훈련 때 탑튜브에 팔을 올려놓고 타보니 몬가 팔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느껴졋다. 자전거 평속이 늘지는 않아도 달리기 할 때 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TT바를 달고 싶었으나 에어로바에 달 수 있는지도 몰랐고 순정 클립온바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고 이래저래 그냥 타기로 했다.
이제 드디어 대회 당일 아침....
긴장감에 잠을 못잤다. 가져온 파스타 사발면과 두유를 먹고 화장실에 들른 후 대회에 갔다.
보급품을 다시 점검하고 , 긴장을 풀기 위해 같이 운동한 동료들과 사진도 찍고 같이 수영 출발을 기다렸다.
맨 안쪽에서 느릿느릿 시간 다 보내고 출발하는 녹색 수모 있는데, 맞습니다. 저에요.
수영은 그럭저럭 했다. 내가 자꾸 지그재그로 가서 주위에 민폐를 끼친 것 같기도 하고 , 내 발 치는 사람한테 너무 신경질 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용식형님이 다이빙을 자꾸 얘기해서 나도 시전했는데 달려와서 하지는 못하고 한참 폼을 잡아야 입수가 가능했다. 걍 들어가서 출발하는 것과 속도차이가 없었을 듯....

1 Lap 하고 나와서 숨이 차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들어가야 하기에 천천히 1분정도 숨을 고르고 들어갔다. 하다가 편해졌는지 계속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물 맛이 짜지 않아서 좋았고 , 다리가 뜨는 느낌은 안나서 계속 2 bit 로 발을 차주었다.
롤링과 팔의 뻗는 위치 및 숨 쉬는 자세를 계속 신경쓰면 진행했다. 그런데 앞보기가 쉽지만은 않아서 자꾸 라인쪽으로 붙어져서 , 몸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했다. 다음에는 바깥 쪽으로 몸 싸움 없이 돌았으면 좋겠다.

자전거 탈 때에는 비가 많이 왔다 탑튜브 백에 넣어두었던 젤과 츄는 비도 오고 번거롭다고 느껴져 손이 안갔다. 1 보급소는 자전거 경기중 5번인가 들를 수 있게 되어있는데 경사진 곳에 있다. 1, 2 째에는 들렀지만 그 다음 부터는 들르지 않고 걍 갔더니 100W 이하의 파워로도 몇 분간 평속 30km/h 가 나왔다. 아차 싶었다. 구만제에서 내려와서 처음으로 긴가민가 나는 1 보급소 들리려고 속도를 줄이고 있을 때 경숙 누님이 스퍼트를 내면서 보급소 패스하고 날라가는 것을 봤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늦었다.

T자 구간에서는 공룡 다리 부분의 업힐 이후에 다운 힐이 재미있었지만 산업도로 3회전은 너무 지루했다. 거의 따이기만 하고 겨우겨우 완주했다. 이 부분 지나는 내내 TT 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TT 바만 있었으면 나도 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근데 TT 바 있었어도 평속은.. 음.....

바이크에서 PN 에서는 소고기야채죽인지 알았는데 포만감이 너무 없어 나중에 봤더니 호박죽이 이었다. 새로운 걸 시도했더니 망했다. 이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말라는지 이해가 되었다.

드디어 바이크가 끝나고 런 차례.. 주 종목이었던 런에서는 잘 해낼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 오산이었다. 다리가 잠겨있어서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고통이 너무 심했다. 이걸 참아 말아 참아 말아 고민하다, 바로 현실과 타협하고 걷뛰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맹장 부위가 아팠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2 Lap 하고 3 Lap 시작할 무렵 배에서 신호가 왔다. 달리다가 외진 곳에 잇어서 선수들이 덜 가는 화장실로 가서 큰 볼일을 봤다. 이때부터 다리가 좀 풀렸던 것 같다. 다음 대회 때에는 어떻게 하면 다 비우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현실모드로 돌아온다. 장을 확실하게 비우는 것도 경기력의 일부인건가? 용식형님이
일어나면 화장실 부터 가는 버릇을 들여보라고 경기 후에 조언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Lap 에서 김동현이 내 뒤에 있는 것을 알았다. 김동현이랑 얘매하게 같이 들어오면 사진 엉망이겠네 하며 핑계 김에 초반에 뛴 것을 자책하며 5~6km 쉬지않고 달렸다.
이제 팔찌도 5개이고 조금 있으면 결승선이다. 그동안 훈련한 것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려야 될까? 라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피니쉬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피니쉬 라인에서 힘 빠져서 들어오면 별루 일 것 같다. 그지 이제는 멋있는 피니쉬를 위해서 힘을 아끼도록 하자. 또 피니쉬 라인을 지난 거니까, 앞 사람 보내고 아무도 없을 때 들어오라는 말이 생각난다. 포즈는 생각했는 데 딱히 별거 없다. 그런데 피니쉬 영상을 보니 피니쉬 라인을 지나야 시간이 멈추는 것이다. 이거 모니? ㅠㅠ;
앞에분이 한 분 계셨는데 , 먼저 보내드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세가 안좋으시고 속도가 느리셔서 먼저 갈께요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벨을 울리고.. 어쩌고 저쩌고~~~" 가 들린다.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벨을 치면 사진 찍어줄 것 같다. 벨을 울리고 소리가 난 부분 저어기 작가님들 계신 곳을 1~2 초 정도 응시하고 이제는 대망의 피니쉬 라인을 향해 달린다.
그동안 한번도 걷지 않은 것처럼 달려본다. 다음에는 좀 팔도 벌려보고 다양한 포즈도 취해봐야지...
마침내 피니쉬 라인 , 역시 1~2 초간 사진찍으시라고 잠깐 정지 한 이후에 뒷 사람을 위해서 비켜준다.

이후에는 마사지도 받고 ,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다. 이렇게 힘든데 뒷풀이를 한단다. 술도 많이 사고 안주도 많이 샀다. 힘드니까 금방 끝나겠지 하고 앉아 있었는데, 끝날 생각을 안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대회 때에도 안퍼졌는데 뒷풀이 하다가 뻗을 것 같아서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살려 침대로 도망쳐서 잤다. 꿀잠 잤다. 들은 바로는 새벽 2시 넘어서까지 놀다 잤다고 하니.. 진정한 철인들은 대회 당일 뒷풀이에서 가려지나 보다.
26년에도 대회를 나갈 지는 모르겠는데, 하향 평준화 되어버린 세 종목의 기록을 상향 평준화 해보고 싶다.
하하 나는 이제 수식어가 필요없는 IRON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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