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는 문체를 가진 작가님이며, 사진 작가로 치자면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을 글로써 표현 할 수 있는 분이시다. 최근들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분 앞에서면 작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 내 마음을 울려주는 글은 없었다. 글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 울림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추후에 몇년 후에 다시 읽으면 어떤 울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 이 책의 제목과 가장 유사한 산문이 있어서 골라봤다.
[낮에 잃은 것을 밤에 되찾는다
... 당시 사병으로 복무를 하고 있던 나는 내무반 침상에 걸터앉아 질 나쁜 흑백 화면으로, 도복 차림을 한 오페라 가수들의 합창을 듣고 있었다. "낮에 잃은 것을 밤에 되찾는다"는 가사 한 구절이 화면의 하단을 흐로고 있을 때, 마침 순찰을 도다가 잠시 TV 앞에 서 있던 당직사관이 문든 소리를 질렀다. "저거 에프엠 표절한 개 아냐!" 에프엠이란 야전교범을 이르는 말이다. 전투교범에서는, 낮 동안의 전투에서 무너진 진지, 흐트러진 전열, 손상된 무기를 재구축 , 재정비하기 위해 밤의 어둠을 이용하라는 말을 아마 그런 군호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부상자와 전사자를 치료 후송하고, 낮아진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도 이 밤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그리고 어떤 생각 깊은 장군이 있다면, 그 처참한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밤의 시간에 한 번쯤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 전쟁하는 병사들은 낮에 잃은 것을 그렇게 밤에 회복한다. .. 오페라 <심청> 의 대본을 쓴 사람에게 정작 그 착상을 도와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괴테의 <파우스트> 가운데 한 구절,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 돌려다오"라는 그 유명한 구절일 것이다. 여기서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야의 시간이다. 시인들은 낮에 빚어진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해줄 수 있는 새로운 말이 "어둠의 입"을 통해 전달되리라고 믿었으며 ... 낮에 잃은 것을 밤에 찾기란 결국 그 횡포의 희생자들을 복권하는 일이며, "어둠의 입"이 해줄 수 있는 말이란 현실에서 통용되는 말의 권력을 넘어선 역사의 말이자 미래의 말이다. 윤이상 그 자신은 이 밤의 회복에 , 역사와 미래의 말에, 크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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